Thế Lừa Tối Thượng - Chương 4

로열 블러핑
 
 
4화
 
 
 
 
 
 
 
충격이 오래도록 이어질 때였다.
 
곁을 지키던 홍 실장이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자 여록은 뒤늦게 정신이 든 듯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났다. 그가 빈손으로 제 턱선을 길게 훑어 내렸다. 놀란 기색이 순식간에 정돈되고 흐트러진 몸도 바르게 세워졌다.
 
이어 여록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올해 스물넷이라고 했죠?”
 
“네.”
 
“부모님 성함이 심민석, 장은주 씨 맞습니까?”
 
“예. 맞기는 한데…….”
 
“친자 확실합니까?”
 
은호가 벙찐 채로 고개를 들었다.
 
다짜고짜 사람 얼굴을 까 보더니 이제는 호구 조사다. 황당한 건 둘째 치고,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확실한데요. 그보다… 무슨 일 때문에 절 부르신 건지….”
 
불안이 심해지다 못해 눈앞이 캄캄해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취조당하고 있으려니 가슴 안쪽이 아득바득 조여 오고 무릎이 달달 떨린다.
 
은호가 땀이 밴 양손을 쥐었다 펴며 긴장을 풀지 못할 동안 최여록은 난감하다는 듯 입술 안쪽 살을 씹었다. 충격으로 머리가 아둔해진 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 앉아서 얘기하죠.”
 
그는 은호를 서재 한편에 놓인 소파로 안내했다.
 
그리고 착석과 동시에 본론을 꺼냈다.
 
“그쪽이 내 조카와 많이 닮았어요.”
 
“…….”
 
“심은호 씨가 보기엔 어떻습니까?”
 
테이블 위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무심결에 시선을 내리던 은호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사진 속 남성은 누가 봐도 저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거… 합성인가요?”
 
여록은 곧게 편 허리를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 그는 아까와 달리 한결 절제된 얼굴로 말했다.
 
“상식적인 일은 아니죠. 이 정도까지 닮았으면.”
 
정중한 어조임에도 불구하고 은호는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푹신한 소파가 엉덩이 밑에 깔려 있지만 바늘 위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기만 했다.
 
설마 제가 해강재단 이사장 조카의 흉내라도 낸다고 생각하는 걸까? 애초에 이런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던 데다 사칭을 한 적도 없고, 그럴 깜냥도 되지 못하는데.
 
지레짐작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은호는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식은땀만 흘렸다.
 
그사이 여록은 붙박이처럼 서 있던 홍 실장을 향해 눈짓했다. 미리 얘기가 되어 있던 터라, 홍 실장은 작은 가방을 챙겨 은호에게 다가갔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왜, 왜 이러세요…….”
 
가까이 붙어 선 홍 실장이 핀셋을 들이대자 은호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어깨를 한껏 뒤로 물리는대도 홍 실장은 요령껏 제 할 일을 해냈다.
 
똑, 똑, 똑.
 
약간의 따끔함과 함께 머리카락이 모근째 뽑혀 나갔다. 홍 실장은 은호의 머리카락을 투명한 지퍼 백에 넣은 뒤 이번엔 다른 도구를 꺼냈다.
 
“아, 한 번만 해보세요.”
 
가뜩이나 겁이 나 죽겠는데 설명도 없이 벌어지는 상황들은 은호를 두려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반강제적으로 입을 벌려야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를 후원해주는 해강재단 이사장의 눈앞이었으니까.
 
홍 실장이 면봉처럼 생긴 스왑 키트로 은호의 볼 점막을 삭삭 긁어댔다. 간단한 작업임에도 굳은 혀가 달달 떨리고 미처 삼키지 못한 침이 입가로 샜다. 은호는 떨림을 누르기 위해 제 티셔츠 밑자락을 꽉 쥐었다.
 
마지막으로 손끝에 바늘을 찔러넣은 뒤 맺힌 피 한 방울까지 묻혀가고 나서야 홍 실장은 뒤로 물러났다.
 
홍 실장이 지퍼 백을 갈무리하는 모습을 잠시 눈에 담던 여록이 다시 고개를 바로 했다. 뒤늦은 설명이 보태졌다.
 
“방금 채취한 샘플로 유전자 검사를 할 예정입니다. 불필요한 의심보단 그편이 깔끔할 것 같군요.”
 
“유전자… 검사요?”
 
“괜찮습니까?”
 
예. 은호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허락보다는 통보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에 최여록은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은 최윤호. 내 조카입니다. 그저께 사망했습니다.”
 
“아… 네.”
 
은호가 얼 나간 채로 고개만 까딱 숙였다.
 
반면 여록은 눈 한 번을 깜빡이지 않았다. 심은호를 주시하면서도 머릿속으론 무수한 경우의 수를 가늠해 보았다. 다른 방법들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사실상 심은호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여록이 긴 다리를 꼬았다. 고급스러운 바지 원단이 스치며 바스락대는 소리를 빚어냈다, 무릎 위에 얹어 놓은 팔목에선 은장 시계가 차가운 빛을 반짝였다.
 
은호는 멍한 눈으로 이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이 남자를 볼 때면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장소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도 꿈을 꾸는 것 같았으나 눈앞의 남자는 특히 이질감이 더했다.
 
“조카가 죽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
 
“미리 계획해 둔 일들이 있는데 수포로 돌아가기 직전이에요.”
 
느긋한 자세와 달리 최여록의 어투와 표정은 내내 무미건조했다.
 
그는 은호의 반응 따윈 살피지 않고 돌연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심은호 씨가 일 년간 조카의 역할을 대행해 주었으면 합니다.”
 
은호의 입술 사이가 벌어졌다. 덥수룩한 앞머리에 가려진 눈도 함지박만 해진 상태였다. 밑도 끝도 없이 조카 역할을 해 달라니. 당황스러워 말이 잘 안 나왔다.
 
“그걸 제가 어떻게….”
 
“모든 작업은 저희 쪽에서 합니다. 외형은 물론이고 사소한 버릇 하나까지 전부 최윤호와 똑같이 만들어 놓을 겁니다. 심은호 씨는 그저 따라와 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가 팔을 뻗어 테이블 구석에 놓인 태블릿 PC를 집어 들었다. 액정을 슥슥 훑어 원하는 자료를 찾아내는 손길이 단조롭기만 했다.
 
“최윤호는 해강그룹 직계로 상속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딱 일 년, 그 기간만 협조해 주신다면 조카에게 상속될 재산을 전부 심은호 씨 몫으로 드리죠.”
 
매끈한 태블릿 PC가 은호 쪽으로 넘어왔다. 화면 안에는 죽었다는 조카가 상속받아야 했을 재산 내역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물론 은호는 봐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하지만 금전적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건 분명했다.
 
은호는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목이 메어, 침만 꼴깍 삼켰다.
 
“그게요, 저기,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해합니다.”
 
“…….”
 
“고민하실 시간. 며칠 드리죠.”
 
이 상황이 무척 혼란스러운 저와 달리 상대는 이런 반응조차 예측했다는 듯 침착했다. 그에 은호도 용기를 내 물었다.
 
“만약에…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여록은 느리게 턱을 쓸어 만졌다. 입술이 매력적인 곡선을 그렸다. 누가 봐도 꾸며낸 미소였으나, 서늘한 인상을 허물어트리기에는 충분했다.
 
“제가 많이 곤란해지겠죠.”
 
갈 길 잃는 은호의 눈동자가 테이블 위를 배회했다. 내내 움켜쥐고 있던 티셔츠 밑자락은 보기 싫은 주름과 더불어 땀으로 축축해졌다.
 
먹은 것도 없는데 체기가 느껴졌다. 은호는 말없이 가슴께를 턱턱 두드렸다. 지금 당장은 남의 사정 따위 와닿지 않았다. 그저 여기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
 
 
 
“오늘 이사장님과 나눈 이야기는 기밀 사항입니다. 각별한 주의 부탁드립니다.”
 
홍남영 실장은 예의 딱딱한 어투로 당부를 전했다. 은호가 알겠다며 약속하자 비로소 그를 태운 검은 세단이 천천히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은호는 차창에 옆머리를 기댔다. 서늘한 온도가 복잡한 머리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는 것 같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뻑뻑한 안구에 짧은 휴식을 주었다. 아까보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서인가 그제야 좀전의 상황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해강재단의 이사장은 생각보다 젊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토록 잘생긴 남자는 처음 봤다.
 
행동과 말투, 옷차림 모든 것에서 재력이 느껴지는데 신기하게도 절대 과시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타고난 부자란 그런 거구나. 살면서 처음 겪어 보는 부류라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했다.
 
그 사람에게선 좋은 향기가 났다. 단순히 향수로 덧입힌 향이 아니라 오랜 시간 피부와 머리카락에 베인 좋은 냄새. 깨끗하고 인상적인 모습은 어느새 은호의 뇌리에 틀어박혀 지워지질 않았다.
 
‘할머니가 사람 함부로 믿지 말라고 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는 무엇이든지 겉모습이 아름다울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게 사람이라면 더더욱.
 
남을 홀리는 껍데기 속에 시꺼먼 속내를 감추고 있을 수 있다는 게 할머니의 지론이었다.
 
‘거기다가 별로 슬퍼하는 느낌은 아니었지.’
 
은호는 제 앞에서 조카의 죽음을 거론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최여록 이사장에게선 어떤 상심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은호는 그 모습에서 옅은 위화감을 받았다. 가족의 정이나 인류애적인 측은지심 같은 걸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조카의 역할을 대행하라니. 아무리 전폭적으로 도와준다지만 은호는 죽었다던 그의 조카나 최여록 이사장처럼 될 자신이 없었다. 사람에겐 각자 맞는 옷이 있는 법이다. 제 주제에 재벌가 상속자 흉내가 가당키나 한가.
 
과분한 보상도 문제다.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과연 그만큼의 돈을 제게 주겠냐고.
 
몇 번을 생각해도 거절하는 게 맞다.
 
은호는 건조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
 
하지만 결심을 내렸음에도 개운치가 않았다. 가슴엔 아직도 떨림이 남아 있었고, 아까 본 장면이 잔상처럼 눈앞을 떠돌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재벌가의 모습과 최여록 이사장과의 만남이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것 같다. 하긴 언제 또 그런 경험을 해볼까.
 
은호는 길게 한숨 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최여록 이사장의 제안을 거절하면 후원도 이제 끝일 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새삼 걱정되기 시작했다.
 
 
 
***
 
 
 
가까이서 본 심은호는 얼굴뿐만 아니라 키와 체형, 심지어 골격까지 최윤호를 빼닮았다. 최윤호와 쌍둥이거나 혈연지간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철저하게 따져봐야 함이 마땅했다.
 
전문 기관으로 샘플을 보내기 전, 겸사겸사 간이 검사를 해보았을 때 심은호의 혈액형은 AB형으로 확인되었다. 형 내외 모두 O형이니 그들 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다. 일단 두 사람의 자식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만에 하나, 둘 중 한 명이 따로 자식을 보았을 가능성도 있었으니 속단은 금물이었다.
 
그런데.
 
-염기서열 99.9% 불일치로 나왔습니다. 완전한 타인입니다.
 
늦은 새벽, 홍 실장이 전화로 검사 결과를 알려주었다. 긴급한 사안인 만큼 빠른 통지였다. 이로써 심은호는 해강의 핏줄이 아님이 확실시되었다.
 
여록은 핸드폰을 귓가에 붙인 채 비스듬히 고개를 꺾었다. 건조한 웃음이 샜다.
 
“넌 이게 말이 된다 생각해?”
 
-저도 놀랐습니다.
 
누구도 심은호가 이토록 최윤호를 닮았을 줄은 상상 못 했다. 도플갱어란 그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인 줄 알았다.
 
손끝으로 눈두덩을 꾹 누르자 은근한 압력이 시큰한 눈동자까지 전해져 온다. 여록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을 수습하느라 며칠간 잠들지 못했는데 오늘도 새벽을 지새워야 할 듯싶었다.
 
“소문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최윤호와 자주 어울리던 무리를 통해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약물 중독 치료 차 일 년은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요.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입니다.
 
최윤호의 어긋난 행실에 도움받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얼마나 인생을 헛살았으면 며칠째 연락이 두절되어도 의심하는 이가 하나 없나.
 
“심은호는?”
 
-댁까지 모셨습니다.
 
“당분간 잘 지켜봐. 필요하면 서포트해 주고.”
 
-만약에… 거절하면 어찌하실 겁니까?
 
홍 실장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언제나 몇 가지 대책을 따로 준비해 놓는 여록이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심은호를 대역으로 세우는 것 말고는 마땅한 수가 보이질 않는다.
 
“거절할 수 없게 만들어야지.”
 
폐업한 병원의 영안실은 춥고 음산했다. 포르말린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찌르는 가운데 새하얀 형광등 불빛만이 주변을 밝혔다.
 
여록은 혐오 어린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선반 위엔 꽝꽝 언 최윤호의 시체가 존재했다.
 
아까 전 봤던 얼굴과 똑같다.
 
제 눈앞에 조카의 시신이 존재하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꼭 귀신한테 홀린 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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